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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맛] 천만 원으로 창업해서 '6억 튀김녀'가 되다

'우리동네 미미네'-정은아 사장

외식시장의 전설로 불리는 사장님들이 들려주는 '장사의 철학', 그들의 이야기가 "장사나 해 볼까?" 생각하는 창업 꿈나무들과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700만 자영업자들에게 장사의 대한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칼럼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새끼손가락만한 떡볶이가 10개 100원하던 내 유년시절에는 노점 철판에서 바로 이쑤시개로 찍어먹고 계산했다. 아무리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감시를 해도 조무래기들이 우르르 몰려와 왁자지껄 먹고 있으면 숫자를 헤아리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선불이란 건 없었다. 11개를 먹고도 10개 값을 치렀고 12개를 먹고도 10개를 먹었노라고 했다. 어디 나만 그랬을까? 알고도 속아줬던 학교 앞 떡볶이 아줌마에게 빚진 아이들이 셀 수 없을 것이다.

떡볶이를 빼놓고는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얘기할 수 없을 만큼 떡볶이는 간식계의 절대지존이다. 지금은 국민간식으로 등극하면서 노점과 분식집을 넘어 대기업까지 가세 해 떡볶이 시장은 더 이상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다. 그런데 2010년, 떡볶이 시장에 혜성같이 나타난 30대 여성이 있었다. 바로 정은아 사장이다.

정은아 사장을 만나기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 새우튀김 하나로 6억 원을 벌었다고 해서 '6억 원 튀김녀'로 주목받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튀김이기에? 심지어 그 튀김은 떡볶이집의 사이드 메뉴라니 이 분식집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저희 가게 모토는 '분식을 파는 요리집이 되자'입니다. 떡볶이와 튀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지만 내심 길거리 음식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죠."

길거리에서 파는 작은 음식에도 전통과 문화를 부여하고 잘 포장해서 명품화 시키는 일본을 보고 그도 우리 분식을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명품 음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모든 음식은 조리된 순간부터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라는 분식의 편견을 깨기 위해 주문 즉시 음식을 만들었다. 그게 먹혔다.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면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또 그 만큼의 보람도 있는 게 사실이다. 맛의 차이가 현저하게 다르니까.

◇ 절대로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지 마라

그가 처음부터 분식 명품화를 꿈꾸면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던 건 아니다. 그는 단돈 1000만 원을 손에 쥐고 장사를 시작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냐고? 2009년 창업 당시 얘기다.

또 하나의 장벽은 주변의 반대였다. 그는 잘 나가는 게임업체의 홍보담당 직원이었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30대 미혼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떡볶이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몇 명이나 찬성 할까? 모두 반대할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길을 갈 수 있는 건 엄청난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 4평 규모에, 인천의 한 시장 귀퉁이에서 떡볶이 가게를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격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도시에서 혼자 개업하기로 한 것. 인천과 무슨 인연이 있어서도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라는 것만 생각하고 무작정 갔다.

무모하고 용감한 선택이었지만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매일 매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뿐이었어요."

오픈 첫날 총매출이 3만5000원이었다. 그것도 가게 주인, 가게를 소개한 부동산 사장 등 이 인사치레로 사준 게 절반이었다. 하지만 3만50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으니 희망은 있다고 믿었다. 이후엔 두렵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다.

청소부터 마지막 설거지까지 혼자서 다 해야 하니 하루에 3-4시간 겨우 잤다. 고단한 나날들이었지만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몸은 고생스러웠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얼마나 바쁜지 돈을 받고 거슬러주고 할 시간도 없었다. 셀프 돈통을 만들어서 손님이 직접 먹은 값을 집어넣게 했다. 1인 시스템이라 음식을 만드는 손으로 돈을 주고받는 게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서 착안한 방법이었는데 이 또한 손님들에겐 신선했을 터.

강하고 단단하게 성장한 외식업체는 정은아 사장처럼 4~5평 정도로 아주 작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어쩌다가 그 가게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반드시 단골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요식업의 3대 요소(맛, 위생,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인만이 갖고 있는 또 한 가지 비법이다.

정은아 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절대로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마세요!"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무조건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내 편을 들어주는 '의미 없는 칭찬'이다. 그것은 독이다. 소중한 돈만 날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 대박을 꿈꾸지 말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장사란 게 유지만 할 수 있으면 성공인 거 같아요.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오거든요."

◇ 개성 넘치는 떡볶이와 특허 받은 새우튀김

'우리동네 미미네' 떡볶이는 국물 떡볶이로 불린다.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먹는 게 편하다. 스프를 떠먹듯 떡볶이 국물과 함께 한입 크기의 떡볶이를 떠먹는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처음부터 국물 떡볶이를 했던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보통 떡볶이로 출발했다. 국물 떡볶이가 탄생한 건 어느 단골손님 덕분이었다. 

잘 차려입은 예쁜 아가씨가 자주 떡볶이를 먹으러 왔는데 늘 떡을 소스에 찌익 긁어서 먹곤 했다. 떡볶이 먹을 때 보통 하는 행동이라 낯선 풍경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소스를 많이 발라 먹기 위한 본능일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정은아 사장은 단골손님의 품위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게 숟가락으로 떠서 스프처럼 먹으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떡볶이 소스를 흥건하게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니 떡 모양도 한입 크기로 작아져야 했다. 여자에겐 제격이었다. 국물이 흥건하니 튀김을 찍어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역시 한국인에겐 국물이 답인가?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이후 그는 끊임없이 고객을 관찰하고 고객을 위한 메뉴를 발전시켜왔다. 장사의 답은 언제나 고객이 갖고 있다.

음식 분야에는 특허가 거의 없다. 아니 특허 받기가 힘들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은아 사장이 새우튀김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이유다. 특히 새우튀김에 열광하는 일본 외식업체는 놀라 자빠진다.

정은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명은 '새우의 원래 모양을 유지하는 튀김가공 방법'이란다. 새우를 머리에서 꼬리까지 다 튀긴, 통새우 튀김 특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특허를 따냈다. 

새우를 머리에서 꼬리까지 통째로 다 먹으면 콜레스테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터. 사람들이 새우 머리를 먹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실은 유통 편의 때문에 우리는 머리와 꼬리 없이 새우 속살만 먹는 거라고 정은아 사장은 말한다. 

"새우는 머리가 가장 맛있는데 머리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우튀김을 하는 방법이 없어 다들 머리를 버렸죠. 새우를 통째로 튀기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새우를 손질하고 다듬으면서 새우와 손질하다보니, 방법을 찾게 됐어요. 아니, 새우가 그 답을 줬다고 생각해요."

◇ 노점이라도 벤치마킹

정은아 사장이 롤 모델로 삼았던 튀김 가게가 있었다. 10여 년 전 중앙대 앞에서 장사하던 작은 노점이었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지 창업이후 몇 번 들렀는데 없었다고 한다. 

당시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시던 그 노점은 호박, 오징어, 버섯 등 특별한 메뉴 없이 모든 걸 다 튀겨냈다. 그러나 방식은 좀 달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노점을 중심으로 손님이 빙 둘러서 있고 주인이 묻는다. 

"이번엔 버섯 튀깁니다. 드실 분?"

먹겠다고 손을 든 사람의 머릿수만큼만 튀김 솥에 들어간다. 

"이번엔 새우 튀깁니다. 이거 떨어지면 오늘 새우튀김은 매진입니다."

깨끗한 기름으로 제철 식재료를 그렇게 바로 튀겨 먹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겠나? 매일 새 기름을 썼고 대부분 그날 갖고 나온 식재료는 다 털고 들어갔다. 신선하고 충격적인 영업방식이었다.

처음 서울로 입성했을 때 정은아 사장도 이 방식을 도입한 바 있었다. 하지만 너무 불편하다는 손님들의 민원이 쏟아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앙대는 전형적인 학교 앞 분위기라 손님과 주인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었을 터. 홍익대 쪽은 전통적으로 낯가리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다소 무심한 가게를 편하게 생각한다.

제철 식재료로 다양한 종류의 튀김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손님들이 찾는 튀김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팔리지도 않는 튀김을 계속 고수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사랑받는 튀김 몇 종만 남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가게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영업방식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거 같다. 

◇ 창업 1년 만에 서울로 금의환향

정은아 사장은 창업 1년 만에 서울로 금의환향했다. 돈도 벌었다. 파워블로거들 사이에 서 입소문을 타면서 삽시간에 맛집으로 도배가 됐고 인천으로 떡볶이랑 튀김을 먹겠다고 몰려오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혼자 장사하는 4평짜리 떡볶이 가게에서 하루 매출 80만원을 팔아본 적이 있었다. 

"그날 울 뻔 했어요."

벅차고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다. 죽도록 힘들어서였다. 스스로도 힘들었지만 멀리서 '우리동네 미미네' 음식을 먹겠다고 온 손님한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은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오래 기다려야 했으며 간혹 밀려드는 주문으로 주인이 주문을 빼 먹기도 했다.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아무리 맛난 음식을 먹어도 유쾌할 리 없다. 가게 규모와 일하는 사람의 숫자에 맞춰서 손님들이 와야 음식을 잘 먹었는지 물어도 보고 눈을 맞추면서 또 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좁아터진 떡볶이집의 갑작스런 대박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분식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승승장구하면서 창업 5년 만에 대형 분식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만 삐끗한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 4평 가게에서 서울 25평 가게로 처음 확장 이전 했을 때다.

인천 시절을 생각하면서 직원 한 명을 두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었다. 절대적으로 손이 부족해 만족스러운 음식 수준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으니 고객 또한 만찬가지였을 터. 그는 거기서 큰 결단을 했다.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25평 규모에 맞게 직원을 추가로 뽑았고 영업철학에 맞도록 교육시켰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난 후에야 재 오픈 했다. 

떡볶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한국인 아내를 둔 허리우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도 한국에 와서 처음 맛본 음식이 떡볶이였다. 2014년 방한한 미국 존 케리(John Kerry) 국무장관도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를 먹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정은아 사장은 떡볶이 한류를 꿈꾼다. 세계적인 분식 아카데미를 만드는 게 꿈이다. 

"파스타를 배우러 이태리로 가고 초밥을 배우러 일본으로 가는 것처럼 세계인이 한국으로 떡볶이를 배우러 오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단골손님에게 다소 안타까운 일은 가게에서 정은아 사장의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리동네 미미네'는 거대한 외식업체로 성장해나가고 있고 가맹점도 생기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요리하는 분식집'의 떡볶이와 튀김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동네 미미네' 음식을 먹으러 먼 나들이를 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손님 한 분 한 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펴주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단골집의 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글=권혜진 작가(장사의 맛)


<기사전문>
http://www.nocutnews.co.kr/news/4675353#csidx584c0204687bbf4acbe72e93892e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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